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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새로우면서도 클래식한 질감의 사운드로 곡의 감정을 전달하는 믹싱 엔지니어, 조준성

2023.07.03. Artists

오마이걸, 선미, 우주소녀, 박효신, 헤이즈, 폴킴, 휘인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해 온 W Sound의 조준성 엔지니어는 K-Pop, 발라드, R&B 등 다양한 장르에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티스트의 정서를 공감하고,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을 새로우면서도 클래식한 질감의 사운드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조준성 엔지니어의 사운드 철학을 기어라운지가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GL 인터뷰를 통해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조준성: 안녕하세요.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W Sound 스튜디오의 믹스 엔지니어로 활동 중인 조준성 감독입니다. 만나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GL: W Sound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준성: 2009년에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벌써 14년 차로 접어들었습니다. W Sound는 대형 스튜디오는 아니지만 드럼 레코딩과 소규모의 스트링 녹음이 가능한 레코딩 A 룸과 보컬과 기타 녹음이 가능한 레코딩 B, C 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GL: 음향 엔지니어가 되기로 마음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으실까요?

조준성: 저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오랫동안 배워 왔었습니다. 물론 전공자의 길을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음악을 계속할 수 있는 군악대에 가게 되었고 제대 후에는 우연히 레코딩 학과 광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레코딩 아카데미에 등록했고, 그곳의 콘솔을 보는 순간 ‘바로 이거야’ 하며 미친 듯이 달려들어 공부하기 시작했었어요. 저는 음악을 할 수 있고, 사운드를 만들어 가는 것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거의 매일 스튜디오에 살았던 것 같아요. 지겨울 만도 한데 그때는 집에 가는 시간조차 아까웠죠.



GL: 음향 엔지니어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준성: 제가 처음에 엔지니어 길로 들어섰을 때는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거나 잘하거나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많이 서툴렀고 실수도 잦았습니다. 마음만은 잘하고 싶었지만 잘 안됐던 거죠. 물론 저보다 뛰어난 친구들도 많았지만, 저는 실수를 할 때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이 노력했던 것 같아요. 뛰어난 능력과 타고난 감각도 중요하지만 결국에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엔지니어의 능력을 평가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 같아요. 음악적 감각과 성실함과 근면성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 가장 좋은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GL: 수많은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하셨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준성: 요즘에는 비대면 작업과 온라인 작업이 많아져서 예전과 같이 오랫동안 얼굴을 맞대고 믹스를 마무리하는 과정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작업은 이민수 작곡가와의 작업이 기억이 많이 납니다. 이미 오래전 곡이지만 ‘좋은 날’, '너랑 나’, '분홍신’ 등 아이유 씨의 믹스 작업을 할 때면 하루 종일 몇 날 며칠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없이 많은 수정과 사운드의 방향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고민했던 시간들이 문득 떠오르네요. 아마도 그렇게 한 곡 한 곡에 정성과 열정을 다했기 때문에  오래도록 사랑받는 곡들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GL: 최근 함께 작업한 아티스트 중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준성: 최근 작업한 아티스트는 임한별 씨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분명히 어려운 노래인데 녹음하러 들어가서 굉장히 빠르게 마무리하고 나오더라고요. 평소에 이야기할 때는 미성인데 에너지가 넘치고 폭발적인 노래를 들려주는 오묘한 에너지가 좋았습니다. 가장 최근 발매한 '사랑하지 않아서 그랬어'라는 곡도 파워풀한 목소리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리면서도 부담되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를 잡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이어폰으로도 들어보고 차에서도 들어보면서 모니터를 굉장히 많이 했고, EQ와 컴프레서만으로 보컬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좋지만, 굉장히 적은 양의 새츄레이션이나 하모닉스 플러그인을 2-3가지 섞어서 과하지 않은 톤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플러그인을 사용해 보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GL: 오랜 시간 스튜디오를 운영하셨는데요.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주로 하시나요?

조준성: 요즘은 기존의 아티스트들 이외에 여러 새로운 아티스트와의 앨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느낌과 요즘 트렌드를 잘 매칭하면서 작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새로우면서도 클래식한 질감과 표현을 원하는 프로듀서분들이 있어서 그 느낌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GL: 클래식한 사운드와 트렌디한 사운드는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조준성: 편곡이나 이런 것들에는 큰 변화는 없지만 예전의 음악들은 심플한 리버브와 딜레이에 모던한 보컬이었다면 요즘은 보컬 사운드에서 조금 더 섬세한 걸 원하는 것 같아요. 너무 완벽하게 잘하는 것보다는 개성 있는 사운드를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발라드는 이래야 하고, 댄스곡은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들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너무 틀에 갇힌 것들을 지양하고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MZ 세대에 맞게 거칠고 러프한 느낌을 원하는 경우도 많아졌고, 오히려 앨범의 컨셉이 러프함이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고요.


GL: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데 있어 새로운 정보를 얻는 본인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조준성: 예전에는 레퍼런스 음악을 찾아서 듣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유튜브도 많이 보고 틱톡이나 인스타 같은 소셜미디어의 영상을 많이 참조합니다. 이러한 영상 콘텐츠가 다양해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면서 청각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시각적인 요소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음악을 접하는 방법이 청각보다는 시각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저도 그런 걸 보면서 음악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요소가 주는 영향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믹스를 할 때도 그런 상상을 하면서 이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믹스할 때 청각적으로 모티브를 잡는 것보다도 시각적인 그림까지 고려해서 그 느낌을 살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GL: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확실하게 파악하고 계시는군요.

조준성: 네. 지금은 많은 것들이 바뀌었고 음악을 바라보는 방향도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오히려 틀에서 벗어나 더 자유로워졌다고 할까요? 요즘은 음악적인 자유로움을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기존의 틀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나 새로운 편곡이 되어 있는 곡들을 접하게 되면 정말 재미있고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GL: 기술이 발전하면서 홈 레코딩 환경에서 음악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음악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조준성: 음악 시장의 관점에서 볼 때, 홈 레코딩은 분명히 음악적인 다양성을 활성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홈 레코딩이 보급되지 않았을 때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비싼 비용을 지불하며 앨범을 제작했습니다. 모든 스케줄이 녹음실의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시스템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제는 홈 레코딩의 보급으로 인해 앨범 발매에 관한 여러 작업을 직접 소화해 낼 수 있는 상황이 되었죠. 이러한 시대적인 변화가 스튜디오 입장에서 볼 때는 안 좋은 상황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훌륭한 아티스트와 뮤지션이 더 많이 나타나게 되는 좋은 현상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 멋진 아티스트의 등장이 기대됩니다.



GL: W Sound에서 레코딩을 진행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조준성: 저는 일단 레코딩에 관해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스타일을 추구하는 스타일 입니다. 록 밴드나 컬러가 강한 팀들의 앨범 레코딩이 아니라면 가능한 모험적인 레코딩은 추구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다른 엔지니어들이 믹스하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적당한 컴프레션과 양질의 하모닉스를 과하지 않게 녹음하는 방법을 추구합니다. 다만 과한 컴프레션과 과한 디스토션을 원할 경우, 만약을 대비해서 주문한 소스 이외에 노멀한 소스를 같이 레코딩하고 있습니다.


GL: 현재 사용하시는 레코딩 장비가 궁금합니다.

조준성: 아티스트분의 성향이나 스타일에 따라 Neve 의 빈티지 1066과 Tube-Tech CL1B에 Telefunken /텔레펑켄/ U47, ELA M 251 조합을 사용하거나 Manley 프리앰프와 Neumann의 U87 조합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빈티지 1066은 확실히 요즘 나오는 모델과 완전히 다른 질감을 보여줍니다. 확실히 노래를 정말 잘하는 아티스트에게 U47과 함께 조합할 경우 엄청난 시너지를 보여줍니다. 과도한 세팅과 소스가 필요한 경우에는 프리앰프의 게인을 더 올리고 컴프레서를 약하게 설정해서 프리앰프의 색채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GL: 다양한 시스템이 존재하는 지금, 아직까지 Solid State Logic의 G Series 콘솔을 사용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실까요?

조준성: 우선 저는 오랜 기간 콘솔을 써오기도 했지만, Solid State Logic /솔리드 스테이트 로직, SSL/ 콘솔 특유의 꽉 찬 사운드를 정말 좋아합니다.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SSL 콘솔의 채널을 통해 나오는 사운드는 참 매력이 있습니다. 트랙이 많더라도 각각의 트랙을 밀도 있게 잡아주기 때문에 소스가 흩어지지 않고 존재감 있게 잘 표현되는 느낌이죠. 1988년에 생산된 빈티지 제품이다 보니 꾸준히 손봐야 하고 수시로 점검해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여러 장르에서 다양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장비인 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GL: 요즘은 디지털 플러그인을 활용한 ITB 방식의 작업 방식이 많아졌습니다. 현재 W Sound 스튜디오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시나요?

조준성: 저는 SSL 콘솔과 함께 하이브리드 방식의 작업을 선호합니다. ITB 방식으로도 믹스 작업을 해보고 오로지 아날로그만으로도 작업을 해봤지만, 저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아날로그로 작업할 때는 믹스 수정과 아날로그 장비의 리콜 문제로 시간을 많이 소비했었는데요. 현재는 SSL 콘솔에 버스 트랙을 설정하고 아웃보드 장비는 인서트 채널로 연결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세팅은 주로 고정하고 Pro Tools /프로 툴즈/ 안에서 믹스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사용하고, 그 이후에는 토탈 EQ 및 컴프레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통해 아날로그의 질감을 이용하면서 Pro Tools의 다양한 프로세싱을 같이 이용함으로써 좀 더 양질의 사운드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GL: 플러그인 및 디지털 프로세싱 기술이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날로그 장비가 꾸준한 인기를 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준성: ITB 방식의 프로세싱과는 다르게 아날로그 장비만이 줄 수 있는 특유의 쫀득한 사운드가 있습니다. 사운드의 질감이 중요한 밴드 음악이나 발라드와 같은 어쿠스틱한 장르의 음악에 정말 잘 어울립니다. 이런 음악을 ITB 방식으로 작업했을 때는 약간 심심하면서 평면적인 느낌이 드는데, 콘솔로 작업하면 사운드의 깊이감이나 질감이 잘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GL: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 아날로그 하드웨어와 디지털 플러그인을 각각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시나요?

조준성: 저는 각각의 트랙에 Fabfilter /팹필터/의 Pro-Q3, Pro-C2, Universal Audio /유니버설 오디오/ 1176, LA-2A, Neve의 33609, 88RS 등 기본적인 플러그인을 미리 세팅해 놓고 사용하는 편입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다이내믹 및 이펙팅 프로세싱은 플러그인을 사용하고 있고, 공간계와 관련된 세팅은 UAD의 Lexicon 480L /렉시콘 480L/이나 Eventide /이븐타이드/의 Ultraverb /울트라버브/ 등의 플러그인을 자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요즘 플러그인의 사운드가 기본적으로 매우 훌륭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고, Thermionic Culture /써미오닉 컬처/의 Culture Vulture /컬처 벌처/ 등 새츄레이션이나 하모닉스를 위한 플러그인도 자주 사용합니다. 제일 마지막 단에는 아날로그 컴프레서와 EQ를 세팅하여 좀 더 밀도감 있는 사운드를 만들려고 합니다.



GL: 1176LN, 33609 등의 실제 하드웨어 모델도 사용하시는데요. 플러그인과 오리지널 하드웨어의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조준성: 예를 들어 하드웨어 컴프레서를 시뮬레이션한 플러그인은 하드웨어 컴프레싱의 느낌은 표현할 수 있지만, 아날로그 회로를 통과한 시그널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컴프레싱은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플러그인은 어떤 경우에서 컴프레싱이 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있는데, 아날로그 하드웨어를 사용할 때는 자연스럽게 컴프레싱이 적용되는 것이 정확하게 느껴집니다. 플러그인에 비해 아날로그 하드웨어는 엄청 과한 프로세싱을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GL: 현재의 하이브리드 세팅에서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아웃보드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준성: 내츄럴한 사운드를 잡아줄 필요가 있을 때는 Thermionic Culture의 The Phoenix /더 피닉스/를 사용하는 편이고, Shadow Hills /쉐도우 힐/의 Mastering Compressor /마스터링 컴프레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플러그인을 통한 기본적인 프로세싱을 마치고 하드웨어를 사용하면 확실히 밀도감이 좋아집니다. 플러그인도 사용해 봤지만, 시뮬레이션과 오디오 시그널이 아날로그 회로를 지나가는 것은 미묘한 질감의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Shadow Hills 같은 경우 전체적으로 트랙을 눌러주면서 레벨링의 효과도 있지만 사운드를 굉장히 밀도 있게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가지 장비를 통해 단계별로 컴프레서를 적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음역 사운드에 엣지 감을 살려주고 싶을 때는 Chandler Limited /챈들러 리미티드/의 Curve Bender /커브 벤더/를 토탈 EQ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냥 음악을 들었을 때는 어떤 소스와 어떤 프로세싱을 거쳤는지 알 수 없지만, 직접 작업을 하다 보면 아날로그 하드웨어가 주는 특유의 질감을 느낄 수 있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GL: 레코딩과 믹싱 작업 시 특별히 선호하는 하드웨어나 플러그인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조준성: 요즘은 플러그인도 너무 잘 나와서 베이스 트랙에는 주로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편입니다. 리듬 섹션에는 dbx 160A를 자주 사용하고, 보컬에 새츄레이션을 추가할 때는 Empirical Labs /엠피리컬 랩/의 Fatso /팻소/를 사용하기도 하죠. Fatso 외에도 Thermionic Culture나 Overstayer M-A-S /오버스타이어 M-A-S/같이 새츄레이션이나 하모닉스를 추가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긴 하지만, Fatso의 사운드가 가장 익숙해서 현재까지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Lexicon 480은 하드웨어로도 사용하시고, UAD 플러그인으로도 자주 사용하신다고 하셨는데요. 하드웨어 리버브와 플러그인에서 느낄 수 있는 차이점이 있다면요?

조준성: 480의 경우 다양한 복각 플러그인이 있지만, 플러그인 리버브를 사용했을 때는 리버브 사운드가 잘 흩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컬 트랙에 리버브를 걸고 솔로로 재생했을 때는 괜찮은데, 악기가 점점 올라오면 리버브의 사운드가 잘 들리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하드웨어는 악기가 많더라도 리버브 사운드의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특히나 밴드 음악이나 발라드와 같은 어쿠스틱 음악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요즘과 같이 플러그인이 발달한 상황에서 하드웨어가 없다고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드웨어만의 확실한 존재감이 있으니까 사용하기 편리한 건 사실인 거죠.



GL: 최근 Barefoot Micromain26 모니터를 구입하셨는데요. 직접 사용해 보신 소감이 궁금합니다.

조준성: 그전에는 Ocean Way /오션 웨이/의 HR4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었고, 정말 뛰어난 해상도의 스피커였지만 저희 스튜디오의 특성상 스피커 배치가 어려워서 최근 Barefoot Sound /베어풋 사운드/의 Micromain26 /마이크로메인26/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사용기간이 길지 않지만, 지금까지 사용하며 느낀 점은 사운드의 레인지가 무척 넓다는 점입니다. 그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주파수의 대역까지 표현해 주는 느낌이에요. 미처 신경 쓰지 못한 주파수 대역까지 표현해 주기 때문에 좀 더 섬세하게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디테일한 저음역 사운드 덕분에 작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GL: 레코딩/믹싱 스튜디오에서는 정확한 모니터링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정확한 모니터링을 위한 노하우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조준성: 완벽한 모니터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용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몇 가지의 레퍼런스 음원을 여러 스피커에서 다양하게 모니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컬 사운드가 집중된 미드레인지의 밸런스를 각각의 스피커에서 모니터하면서 적절한 레벨을 체크하고 저음역의 무게감도 각각의 스피커에서 체크합니다. 어떤 스피커에서는 보컬이 크게 들릴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스피커에서는 작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밸런스의 차이를 각각의 스피커에서 같은 밸런스로 나올 때까지 계속 레벨을 맞춰 가면서 체크하는 편입니다.



GL: 믹스 작업에서 엔지니어의 음악적인 접근과 기술적인 접근 방식 중 어떤 방식을 더 선호하시나요?

조준성: 무조건 음악적인 접근을 더 선호합니다. 제가 주로 작업하는 곡은 기승전결이 있는 곡들이 많다 보니까 그런 느낌을 정확히 줄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둡니다. 마지막으로는 제가 리스너가 돼서 들었을 때 그냥 "좋네"가 아니라 "여기 느낌이 확 오는데?" 하는 임펙트가 있어야 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곡의 클라이맥스를 잘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GL: 좋은 믹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준성: 저는 곡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을 정확히 캐치해서 노래, 비트, 가사가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이 좋은 믹스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그런 곡들이 히트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술적인 포인트보다는 음악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들었을 때 그 곡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술적으로 접근하여 컴프레서를 어떻게 사용하고, EQ를 정확하게 조정하는 데에 집중할 수도 있지만 히트가 되는 기준은 감성적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포인트를 잘 캐치하는 엔지니어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잘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정서를 공감할 수 없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게 불가능하니까요.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가슴에 와닿을 수 있고, 작업하는 내가 들어도 좋을 정도의 밸런스로 믹스하면 그게 가장 좋은 믹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GL: 최근 Apple Music을 비롯하여 다양한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공간 음향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머시브 콘텐츠에 대한 견해와 발전 가능성을 어떻게 보시나요?

조준성: 아직 W Sound에서는 이머시브 믹싱을 진행하고 있지 않아 자세하게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어떻게든 음악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도 이머시브나 서라운드 시스템에 대한 시도가 있었지만, 그러한 시스템을 보편화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애플이 2채널 오디오를 통해 가상 이머시브 채널을 구현하는 기술을 통해 주도적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으니, 앞으로 더 혁신적인 발전이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이지만 점차 콘텐츠가 늘어나고 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대중들이 충분히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GL: 믹싱 엔지니어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 적응하기 위해 어떠한 준비가 필요한지 궁금합니다.

조준성: 예전에는 좋은 사운드의 CD를 모니터하면서 공부를 많이 했었는데요. 이제는 환경이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의 모든 음악을 간편하게 접할 수 있어 다양한 아티스트의 음악을 접할 수 있게 되었죠. 이러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굉장히 좋은 환경이 갖추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음악, 사운드가 나올 수 있었고, 내가 좋아하고 만들어 내고 싶은 사운드를 만드는 것에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아요. 음악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지만, 변화에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변화에 대응하고 준비하기보다 변화를 즐기고, 그러한 변화 속에서 좋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GL: 엔지니어를 꿈꾸는 후배분들에게 조언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조준성: 사운드 엔지니어도 음악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매우 중요한 아티스트 중의 하나입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기술자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위치에 있기도 하죠. 사운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입니다. 곡을 만들고 글을 써 내려가는 것처럼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매우 즐겁고 행복한 일이니까요. 물론 이러한 과정들이 항상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만 있는 건 아닐 겁니다. 사운드 엔지니어링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나 어느 정도 경력이 있는 분들도 지루하고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실력이 조금 늘지 않더라도, 남들보다 조금 뒤처지더라도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이러한 시간들이 여러분들을 더욱 프로페셔널하게 만들어 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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