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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 Interview] 섬세한 선율과 유니크한 사운드로 표현하는 음악의 자유, 뮤지션 윤석철

2024.01.02. Artists

2005년 울산 재즈 페스티벌 콩쿠르 대상 수상을 시작으로 한국 재즈 씬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 윤석철은 다양한 개인 솔로, 트리오 활동 및 앨범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대중들에게 자신의 자유로운 연주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자이언티, 방백, 아이유, 폴 킴, 백예린, 샘 김, 권진아, 선우정아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와의 협업부터 그의 또 다른 솔로 프로듀싱 프로젝트 ‘The BLANK Shop’, Nord Keyboards /노드 키보드/ 앰배서더 활동까지, 올라운더 뮤지션으로 더욱 넓어진 음악 세계를 그려나가고 있는 그를 기어라운지가 만나봤습니다.



GL: 안녕하세요, GL Interview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인사 부탁드리겠습니다.

윤석철: 안녕하세요. 저는 주로 재즈 피아노를 연주하고 종종 작, 편곡을 하기도 하며, 아주 가끔 노래를 부르는 윤석철입니다. 반갑습니다.


GL: 요즘 어떻게 지내셨나요?

윤석철: 요새 연말 공연이 제법 많이 예정되어 있어서 주로 공연 준비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초에 기존 윤석철 트리오의 오리지널 곡들을 브라스와 함께 섹스텟(6중주) 편성으로 새롭게 편곡하여 공연을 했었고, 인터뷰가 발행될 시점에는 이미 마무리되었겠지만 곧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심수봉 선생님과의 기획 공연도 준비하고 있어요. 어제 선생님을 처음 뵈었는데, 너무 긴장되더라고요. (웃음)


GL: 심수봉 선생님과의 기획 공연이라니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심수봉 선생님의 곡 중에는 스탠다드 재즈같은 음악들이 많잖아요. 

윤석철: 맞아요. “그때 그사람”, “백만송이 장미”,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와 같이 재즈 느낌이 나는 곡들을 편곡하고 있는데, 워낙 대단하신 뮤지션이라 준비를 하는데 약간 부담이 되긴 했어요. 이런 리빙 레전드와 같은 뮤지션분들과 작업을 할 땐, 제가 어릴 때부터 알아왔고, 바라보던 아티스트라는 부담감에 힘든 경우도 있지만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GL: 올해 봄엔 옥상달빛의 세진 님과의 콜라보 앨범 <The Breakfast Club : 조찬 클럽>을 발표하셨어요. 콜라보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윤석철: 평소 서로 브라질 음악을 같이 좋아하던 세진 누나와 가볍게 술 한 잔 마시다가 ‘한 번 만들어보자’라는 이야기가 나와서 만들게 되었어요. 평소 둘이 술을 마실 때 보사노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었는데, 서로 시간이 맞았고, 그러면 곡 하나씩 써오자 하면서 놀면서 즐겁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보사노바와 7, 80년대 MPB(Musica Popular Brasileira) 장르를 저희만의 방식대로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GL: 앨범의 전 트랙을 거쳐 본격적인 라틴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는데요, 전 트랙을 라틴으로 설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윤석철: 라틴. 신나잖아요. 정열적이고.



GL: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부터 시작해 볼게요. 어떤 계기로 음악을 접하게 되셨나요?

윤석철: 아버지가 음악을 많이 좋아하셨어요. 초등학교 3학년 때 척 맨지오니, 루이 암스트롱의 CD가 있었는데 그게 재즈인지는 잘 모르고 그냥 좋아서 흥얼거리곤 했습니다. 물론 그때 유행하던 가요와 팝송도 많이 들었고요. 그리고 일요일에는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레코드샵에 종종 갔었는데, 그때마다 카세트테이프를 사주셨어요. 이렇게 음악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후 직접 음악을 시작하게 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어요.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끼리 밴드를 만들어서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웃긴 합주를 하기도 했고 그때부터 재즈를 배우러 레슨을 받았습니다. 


GL: 어린 나이에 재즈를 접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요, 재즈를 처음 배우고 재즈 피아니스트로서 데뷔하기까지의 스토리가 궁금합니다.

윤석철: 처음에는 가요를 만드는 작곡가가 되고 싶어서 MIDI를 배우러 갔는데 뭔가 ‘착오’가 생겨서 재즈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근데 막상 배우니까 재밌었어요. 뭔가 특별한 것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재즈 음악을 배울 때는 카시오페아, 티스퀘어, 포플레이와 같은 아티스트들의 조금 비교적 듣기 쉽고 편한 스무스 재즈를 좋아했는데, 당시 선생님은 전통적인 재즈를 더 많이 듣고 배우길 원하셨어요. 저에게는 그 과정이 힘들었지만, 어쩌다 보니 제 모든 곳에 스윙과 비밥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스무 살이 되었고 그때부터 재즈 클럽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GL: 말씀해 주신 ‘착오’에 대해 굉장히 유명한 일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처음 재즈를 배울 때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윤석철: 맞습니다. (웃음) 중학생 시절 같이 밴드를 결성했던 친구들과 통기타 학원에 갔었는데 실용음악 수업을 같이하던 그런 학원이었어요. 거기서 한 친구는 드럼을 배우고, 한 친구는 베이스를 배웠죠. 저는 간판에 MIDI라고 적혀 있어서 작곡을 배우겠다고 했는데, 재즈 피아노 선생님께 배정되는 착오가 생겼습니다. 나중에 담당 선생님께서 ‘네가 그렇게 재즈를 좋아한다며?’라고 물어보셨는데 당시엔 숫기가 없어서 ‘좋… 좋아합니다.’라고 해버렸어요. (웃음) ‘너 대단하다!’하시면서 어린 나이에 재즈를 좋아하는 친구라는 인식이 생겼고, 그렇게 시작되었죠.

처음 배울 때에는 기초적인 것들이 어려웠던 것 같아요. 보통 재즈는 화려하고 즉흥적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저는 처음 몇 년 동안 곡이 아닌 스케일 하농만 연주했거든요. 집에서도 같은 노트만 연주하고 있으니까 부모님이 뭐라고 하신 적도 있었습니다. (웃음) 그러다가 조금씩 솔로를 해보기 시작했는데, 모든 스케일을 알고 연주하다 보니까 그때부터 재즈라는 장르가 진짜 재미있어지더라고요. 



GL: 윤석철 트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베이시스트 정상이, 드러머 김영진 님과 함께 트리오로 긴 시간 동안 활동해 오셨어요. 함께 음악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윤석철: 재즈 클럽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고, 클럽을 오가며 인사하며 가끔씩은 잼을 하면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스탠다드 재즈 긱도 여러 번 했었고요. 하지만, 저는 저만의 오리지널 곡들을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멤버를 계속 찾다가 제 음악 스타일을 이해해 주는 두 명을 만나서 그렇게 트리오가 시작되었죠. 


GL: 트리오의 음악을 쓸 때에는 어떤 방식으로 써가시나요?

윤석철: 보통 제가 노래를 쓰고 편곡을 하면 다른 멤버들과 의견을 나누며 완성된 앨범으로 만들어갑니다.



GL: 그동안 정통적인 악기 구성, 사운드를 기반으로 재즈와 다른 장르의 다양한 융합을 선보이셨는데, 최근 앨범인 <익숙하고 일정한>에서는 타이틀의 이름과 달리 신스, 드럼 머신, EP와 같은 더욱 도전적인 사운드가 많이 채택되었어요. 트리오가 도전하거나 지향하는 사운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석철: 사실 처음부터 실험적인 무언가를 만들어왔고, 더 많이 도전해보고 싶었지만, 맨 처음 앨범을 냈을 때에는 그런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없어서 사운드 디자인이나, 레코딩, 믹스에 대해 크게 접근하기가 어려웠어요. 당시엔 확실히 음악적으로 막히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익숙하고 일정한>과 그 이전의 앨범에서부터 조금씩 스스로 레코딩, 약간의 믹스를 하게 되면서 좀 더 제가 원하는 사운드와 캐릭터를 만들게 된 것 같아요.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사운드가 많아지면서 시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달까요? 앞으로 트리오 음악을 만든다면 장르적인 구분을 떠나서 사운드적으로는 제가 원하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GL: 사운드를 만들어가면서 트리오라는 포맷의 한계도 있을 것 같아요. 

윤석철: 확실히 그런 제한은 있지만, 3인이기 때문에 낼 수 있는 미니멀한 사운드도 있다고 생각해요. 트리오의 음악은 3인 체제에 맞추어 편곡을 하고, 그 구성을 벗어난다면 제 솔로 작업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GL: 트리오의 음악에서 사운드를 디자인하는 윤석철 님만의 팁이 있다면요?

윤석철: 지금의 제가 추구하는 트리오의 음악은 너무 화려한 것보다는 조금 절제하고 미니멀한 음악에 꽂혀있어요. 보통 만들어가는 톤들을 보면 필터를 완전히 열지 않고, 엔벨로프도 적당히 사용하는 사운드, 예를 한 가지 들자면 먹먹하거나 어두운 신스 브라스 계열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Nord Stage /노드 스테이지/로 트리오 음악에 사용할 톤을 만들 때도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만들게 되는데, <익숙하고 일정한>의 수록곡인 ”한국전래동화”에서는 누르고 나서 늦게 열리는 비브라토, Nord Stage만의 과하지 않으면서도 미묘한 비브라토를 활용해서 사운드를 디자인하게 되었죠.



GL: “한국전래동화”에서는 익숙한 멜로디에 국악기 사운드와 신스가 미묘하게 섞여 ‘동묘에서 들어 본 듯 한’ 독특한 분위기도 연출해 내셨는데요, 특정 멜로디를 정하고 사운드를 만들어가시는 스타일인지, 사운드를 정하고 멜로디를 완성해 가는 스타일이신지 궁금합니다. 

윤석철: 작업 방식에 정해져 있는 것은 없지만 특정한 사운드는 확실히 영감을 주는 것 같아요. “한국전래동화” 같은 경우는 사운드가 먼저였어요. 우연히 희귀한 빈티지 신시사이저를 구입할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요즘 악기는 절대 낼 수 없는 아주 레어한 톤을 가지고 있었어요. ‘꼭 나중에 이 톤으로 동묘? 캬바레? 레트로..? 스타일의 곡을 만들어야지!’ 다짐했던 것이 “한국전래동화”로 완성되었습니다. Nord Stage로 메인 톤을 만들고 빈티지 신스는 세컨드 솔로 용으로 사용되었죠.

저는 특별한 루틴이 정해져 있지 않고 즉석으로 곡을 만드는 편이에요. 제가 악기들을 많이 모으는 편이라서 그때그때, 예를 들어 ‘오늘은 Moog One /무그 원/을 가지고 놀아볼까?’ 하다가 좋으면 기록하고, 별로다 싶으면 집에 가는 스타일입니다. (웃음) 좋았을 때 이것저것 얹어보다가 다음 날 들어봤을 때 이 음악이 생각나면 살리고 그렇지 않으면 묻어두는 거죠. 


GL: 반대로 프레이즈를 먼저 구축하고 사운드를 만들어간 음악은 어떤 것이 있나요?

윤석철: “Renoir”와 “Gogh”라는 곡이 그런 케이스입니다. 멜로디와 리프가 먼저 완성되었는데, 클린한 피아노 톤에 필터 LFO를 추가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완성된 멜로디와 리프에 Moogerfooger /무거푸거/ 필터 이펙트를 걸어서 사운드를 완성했었는데, 그다음 앨범의 수록곡인 “Gogh”에서는 “Renoir”의 메인 피아노를 Elektron /일렉트론/ Octatrack /옥타트랙/에 다시 샘플링해서 랜덤한 시퀀스를 만들었어요. 2곡 모두 먼저 완성된 프레이즈, 연주를 변형시켜 새로운 사운드로 만든 거죠. 여담으로 제가 미술을 좋아하는데, ‘르누아르’와 ‘고흐’가 같은 루프에서 시작되었다는 비하인드가 이 2개의 트랙에 담겨있습니다. (웃음) 



GL: 실제로 음원뿐만이 아니라 라이브에서도 ‘연주가 가능한’ 건반 악기가 아닌, Octatrack같은 시퀀스 기반의 악기로 독특한 퍼포먼스도 선보이셨어요.

윤석철: 맞아요. Digitakt /디기탁/, Digitone /디기톤/같은 Elektron의 다른 악기들, 심지어 단종된 제품들까지 거의 모두 가지고 있고 잘 활용해오고 있지만, 특히 Octatrack을 진짜 좋아해서 라이브에서도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시퀀서나 샘플링 기능으로 메인 역할을 담당하는 콘셉트의 악기라서 사실 라이브 사운드는 Octatrack이 다 만들어줬지만, (웃음) 평소에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펌웨어를 테스트해보고 새로운 기능을 써보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있어요. 트리오의 “도사님 펑크”라는 트랙도 “한국전래동화”에서 사용된 소스들 중 마음에 드는 트랙을 Octatrack에 넣고 내장 FX를 활용해서 댄서블하게 편곡한 음악입니다.

Octatrack을 챙길 일이 있어서 지금은 작업실에 없지만, Octatrack은 MK1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용해 왔고 정말 좋아하는 악기 중 하나예요. Octatrack 사랑해요! (웃음)



GL: 재즈는 특성상 ‘즉흥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트리오 작업 때에는 어떤 루틴으로 레코딩하시나요?

윤석철: 예전에는 3명이서 동시에 라이브로 레코딩했었는데 지금은 그러지 않고 스케치를 한 뒤 따로 레코딩을 하고 있어요. 라이브 레코딩을 하지 않다 보니 여러 번의 테이크를 가져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역시 힘든 부분이 있어요. 터치가 아주 멋있게 나왔는데 약간 박자를 저는 것 같고, 그래서 다시 펀치하면 박자는 맞지만 그 느낌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아서 계속 레코딩을 하기도 합니다. 가장 완벽한 테이크, 마음에 드는 테이크가 2개가 있다면 그 2개의 장점을 합친 최적의 테이크를 만들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의견 공유도 많이 합니다.


GL: 페스티벌부터 콩쿠르 수상, 긴 시간 동안 재즈 클럽 잼세션 호스트를 맡아오는 등 윤석철 님의 모습에서 재즈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윤석철 님에게 재즈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윤석철: 저에게 재즈란 우연히 싹을 틔워서 어느덧 깊게 뿌리내린 음악이에요. 재즈를 빼고는 저를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GL: 솔로 및 트리오와 같은 재즈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 외에도 프로듀서로도 꾸준히 활동해 오고 계세요. 재즈 피아니스트에서 다른 아티스트의 음악을 제작하는 프로듀서로 활동을 확장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윤석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의 꿈은 작곡가였습니다. 예전에 세션 활동을 하면서 여러 가수 분들과 긴밀하게 작업하게 될 일들이 많았고, 그때마다 저의 코드 보이싱과 터치를 자주 녹음하게 되었어요. MIDI, DAW는 평소에 조금씩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곡을 쓰게 되었고 편곡 작업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영역이 확장된 것 같습니다.


GL: 코로나 이후, ‘The BLANK Shop’이란 새로운 프로듀서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하셨어요. 윤석철이 아닌 새로운 자아로서 활동을 시작하게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윤석철: 음악을 듣기 전에 제 이름을 듣고 뭔가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GL: The BLANK Shop의 트랙들에서도 솔로 앨범에서 들을 수 있는 일렉트로닉과 재즈가 결합된 요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데요, 음악 스타일에 있어 솔로 윤석철과 The BLANK Shop에 차이를 두는 경계가 있다면요?

윤석철: The BLANK Shop은 프로듀서로서의 앨범이에요. 많은 보컬 분들과 연주자 분들과의 조율이 꼭 필요하죠. 가능하면 모두가 만족스러워야 되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개인 앨범은 완전히 제 맘대로 한다고 해야 할까요. 곡이 갑자기 끝나버려도, 뭔가 심심한 것 같아도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지요. 좀 더 실험적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요.



GL: 요즘 발매되는 앨범들은 대부분 싱글 단위로 발매되는 경우가 많지만, <Tailor>는 앞서 어떤 싱글이나 EP 없이 14곡으로 구성된 정규로 발매되었었습니다. 새로운 자아로서의 첫 데뷔를 정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윤석철: CD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요새는 모두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고 있지만 저는 누군가는 이 앨범을 소장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솔로나 트리오로 여러 정규와 싱글을 내봤지만, 음악과 사운드의 방향성, 뮤지션의 생각과 정서, 철학을 더욱 완벽하게 담아낼 수 있는 건 정규 구성인 것 같아요. 작업을 준비하는 저의 마음가짐도 달라지고요.

<Tailor>의 경우는 지금 기준으로 이 앨범이 발매된 지 3년이 되었기 때문에 지금 이야기하기 조금 쑥스럽습니다만, 당시 저에겐 ‘출사표’ 같은 것이겠지요.


GL: The BLANK Shop 활동에서는 작사도 직접 하셨는데요, 일반적인 가요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주제의 음악들이 많습니다. 가사를 쓸 때에는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받으시나요?

윤석철: 많은 곳에서 영감을 받지만 저는 가끔씩 혼자 상상 속에서 날개를 펼쳐 엉뚱한 이야기를 만들고는 합니다. 꿈도 매일, 다양하게 꾸는데요. 꿈 이야기를 적기도 하고요. 


GL: 트리오의 “렛슨 중” 시리즈처럼, <Tailor>에도 “합주 중”이라는 스킷 트랙이 수록되어 있어요. 힙합이 아닌 인스트루멘탈, 팝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구성인데, 스킷 트랙을 자주 활용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윤석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상상한 이야기를 가지고 곡을 만들다 보니까 앞에 관련된 스토리를 이야기해 주는 것이 재미있어서 스킷 트랙을 활용합니다. <Tailor>에서는 “합주 중”에 이어서 “랜선 탈출”이라는 곡이 연결되는데, 트리오의 합주를 듣고 랜선에 있는 디지털 신호가 같이 합주하자고 신호를 보내는 정말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예요. (웃음)  

그리고 저의 솔로나 트리오 음악을 생각한다면, 사실 인스트루멘탈 음악은 가사가 있는 곡에 비해 청자를 설득하기 어렵다는 답답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배경 드라마같은 것을 장치로 만들어두고 음악을 연결시키면 설득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즐겁게, 음악.”을 듣고 청자가 ‘이 사람이 음악이 즐겁다고 하는 관점, 이유는 뭘까?’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렛슨 중”이 앞에서 배경을 설명하는 거죠.


GL: 향후 The BLANK Shop로서의 계획이 있다면요?

윤석철: 원래 계획이라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이미 나왔어야 하는데요, 계속 고민과 고민을 거듭하며 미뤄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제는 사운드나 장르적으로 무언가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졌지만, 요새 곡을 쓰는 데 있어 고민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요. 현재로서 언제 나올 것이라는 정확한 계획은 없지만, 청자들이 듣고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GL: 앞서 말씀드린 옥상달빛의 세진 님을 포함하여  Zion.T, 이진아, 토이, 백예린, 선우정아, DAY6, 까데호 등 다양한 스타일의 뮤지션들과의 협업을 이어오셨습니다. 다른 뮤지션들과의 소통에 있어 윤석철 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윤석철: 별 다른 노하우는 없지만, 프로젝트의 주체가 누구이냐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아요. 다른 뮤지션의 프로젝트라면 최대한 뮤지션을 위해서, 저의 음악이라면 제가 적극적으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 같아요. 작업이 잘 안 되면 다른 날에, 기분 좋으면 한 잔 하면서, 마감에 쫓기면 서로 밤을 새우면서… 그렇게 서로 잘 맞춰가면서 소통하면 되는 것 같습니다. (웃음)


GL: 협업해 온 뮤지션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뮤지션은 누구인가요?

윤석철: 모두가 인상적이었지만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뮤지션은 자이언티입니다. 한동안 뜸하다가 아주 오랜만에 같이 작업을 했어요. 최근에 같이 작업한 곡 “불 꺼진 방 안에서”가 발매되었고요. 가사를 전달하는 표현력이 정말 남다른 뮤지션인 것 같아요. 감동받았습니다.


GL: 긴 시간 동안 Zion.T와 많은 음반과 라이브에서 호흡을 맞춰오셨어요. Zion.T하면 떠오르는 피아노 리프를 직접 제작하신 걸로도 유명하시기도 한데, 두 분이 처음 만나 함께 하시게 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윤석철: 제가 재즈를 좋아하지만, 힙합도 너무 좋아해서 DJ 소울스케이프 형의 소개로 처음 만나게 되었어요. 세컨 세션이라는 팀과 마더 바이브라는 비브라폰 연주자와 함께 크루처럼 결성되어서 <미러볼>이라는 EP를 만들고 활동을 했었는데, 당시에는 지금과 달리 좀 더 재지한 음악이 많았죠. 이후에 다양한 스타일과 장르의 프로젝트를 함께하면서 작업을 할 때 가수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단순 세션이 아닌 가수의 음악에 완전히 녹아드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많이 배우게 되었어요. 자이언티도 워낙 음악적으로 높은 기준을 가진 아티스트이다 보니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저도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GL: 세션이나 프로듀싱 작업이 아닌, 백예린의 “HOMESWEETHOME”을 새롭게 리믹스하기도 하셨어요. 리믹스 작업은 일반적인 작업과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윤석철: 백예린 님과 친분이 있는 사이라 리믹스 제의가 들어왔을 때 흔쾌히 수락했는데, 정말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리믹스는 원곡을 완전히 180° 바꿔 재창조하는 일이니까요. 이런 작업은 작곡을 하는 것보다 더 큰 쾌감이 있어요. 하지만, 그만큼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이런 작업은 상상력의 싸움이라 그 어떤 것도 될 수 있거든요. 사실 원곡 MR을 제거하고 예린 씨의 목소리만 남았을 때 답은 정해져 있었어요. 비트에 가려졌던 하늘하늘한 좋은 멜로디와 보컬을 듣게 되니, 보사노바 리듬이 머릿속에서 은은하게 울렸거든요.

<tellusboutyourself Remixes> 앨범에 참여한 다른 아티스트들이 워낙 자신만의 컬러가 확실하고 실력도 뛰어난 뮤지션이다 보니 ‘이 사람은 이걸 어떤 식으로 보여줄까?’하는 궁금증도 있었어요. 구름, 키라라, 글로잉독, 프랭크, 김한주라는 쟁쟁한 라인업을 보니 엄청난 무언가가 쏟아질 것 같아서 저는 오히려 자제하고 담백하게 만든 것 같아요. (웃음) 리믹스 작업은 저에게도 그렇고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에게도 음악을 폭넓게 경험할 수 있는 깜짝 선물 같은 느낌인 것 같아요. 나중에 좋은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GL: 반대로 다른 뮤지션들이 윤석철 님의 음악을 새롭게 구성했던 <자유리듬 Remix>를 발매하신 적도 있어요.

윤석철: 원곡인 “자유리듬”이라는 곡은 드럼 머신을 통해 루프를 재생하고 조정하면서 ‘루프 안에서 연주자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어요. 정해진 것 없이 저와 트리오 멤버들이 자유롭게 연주하다 보니 플레이 타임 12분이라는 결과물이 나왔는데, 누군가 그 방대한 사운드 소스를 가지고 새로운 것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리믹스 앨범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소울스케이프 형, 무드슐라 형, 피제이 형의 든든한 지원과 함께 저도 피아노의 현을 때리거나 긁는 실험적인 소리를 모아 새롭게 리믹스를 했죠. 

저는 기존에 있던 무언가를 완전히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들을 좋아해요. 이야기한 2가지 곡 외에도 장기하와 얼굴들의 “새해 복 캬바레째즈 리믹스"처럼 기존과는 다른 느낌, 구성으로 음악을 새롭게 만드는 작업을 좋아합니다.



GL: 정말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작업과 라이브에서 Nord Keyboards를 사용해 오셨어요. 한국의 Nord 앰배서더로서 Nord 악기의 강점이나 매력이 있다면 무엇을 꼽으시겠어요?

윤석철: 많은 장점들이 있지만, 역시 사운드를 만지고 다루는 것이 직관적이고 쉽다는 점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tage로 예를 들면 악기 파트와 이펙터 부분이 모듈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눈에 보이는 대로 거의 원터치로 설정할 수가 있어요. 그리고 주관적이긴 하지만 훌륭한 사운드 라이브러리도 있겠지요. 


GL: 사운드를 만지는 것 외에 온전히 연주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요?

윤석철: 이건 개인적인 영역인 것 같은데 연주자마다 선호하는 키 터치가 각자 다르겠지만, 저는 Nord의 연주감이 가장 좋아요. 특히 Stage에 들어간 건반을 제일 선호합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론 이게 Nord만의 특허인 걸로 알고 있는데, 우드 피치 휠도 한 몫하는 것 같아요. 손가락을 바로 댈 수 있는 구조와 무거운 휠의 텐션, 그리고 손가락을 얹으면 모듈레이션 휠도 동시에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가 연주자의 입장에선 매력적인 부분이죠. 



GL: 앞서 사운드를 다루는 것이 직관적이라고 하셨는데, 워크스테이션 스타일을 선호하는 연주자분들도 많습니다. 다른 악기와 다르게 Nord만의 사운드 디자인 인터페이스가 가진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윤석철: 일단 저는 프리셋을 아예 쓰지 않아요. 내장 팩토리를 쓰지 않고 직접 사운드를 만든 다음 공연장에 따라 분위기에 맞추어 사운드를 조정합니다. 다른 워크스테이션류 스타일의 악기들은 소리를 빠르게 찾는 건 쉽지만 미세 조정하는 게 어려운데, Nord는 엔벨로프면 엔벨로프, FX의 어마운트, 혹은 여러 사운드가 섞인 사운드의 경우 각 사운드의 믹스 밸런스를 빠르게 조정할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이 프리셋을 위주로 연주하는 사람에겐 어색할 순 있지만, 물리적인 노브를 직접 만지는 것을 선호하는 입장에선 너무 편한 워크플로우인 것 같습니다. 


GL: 즐겨 사용하시는 Nord 시리즈, 혹은 사운드 라이브러리가 있다면 궁금합니다. 

윤석철: 저는 Nord Stage 1세대를 시작으로 꾸준히 Stage 시리즈를 써오고 있고요. 2개의 Stage와 구버전의 Nord Wave /노드 웨이브/, Nord Lead /노드 리드/를 함께 쓰고 있습니다. 이 두 악기는 신서시스에 입문했을 때마다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던 신시사이저예요. Nord의 라이브러리 중에서 저는 피아노 계열은 전부 다 사용하는 편이고요. 프리셋을 쓰지 않기에 그때그때 소리를 조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실제 발매된 음악의 레코딩에서도 온전히 Nord의 사운드로 레코딩된 음악도 있나요? 

윤석철: 정말 많지만 대표적인 것 몇 개만 추려보겠습니다. 우선 예전에 자이언티와 크러쉬가 함께한 “그냥”이라는 곡의 Wurlitzer 사운드가 Nord 라이브러리의 사운드였고요, 앞서 말씀드린 트리오의 “한국전래동화”에 나오는 메인 신스 사운드도 Nord Stage에서 만든 소리입니다. 그리고 세진 누나와 함께 만든 “칵테일 파라다이스”에서 여러 소스가 나옵니다만, EP 계열들은 모두 Nord의 사운드를 사용했습니다.



GL: 지난 22년, 다시 하드웨어 악기로 돌아온 The Rhodes MK8도 소유하고 계세요. 그동안 Rhodes의 사운드는 빈티지 제품이나 플러그인으로만 경험해 볼 수 있었는데 MK8의 유저로서 실제 하드웨어의 사운드, 느낌이 궁금합니다. 

윤석철: 저는 빈티지 MK1도 가지고 있는데, The Rhodes MK8 /로즈 MK8/은 무엇보다 상징성이 있죠. MK8은 건반 연주자라면 꼭 갖고 싶은 장비일 겁니다. 우선 빌드 퀄리티가 매우 뛰어나고 해머 건반이 묵직해서 처음에는 길을 조금 들여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조금 가벼워져서 적응이 됩니다. 사운드는 개인적으로는 MK1 보다는 MK5와 더 가깝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MK1의 ‘벨 톤’보단 MK5의 ‘타인 톤’이 많이 들리는 것 같아요.


GL: The Rhodes MK8 이전까지는 빈티지 장비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면 디지털 방식, 혹은 가상악기 포맷으로만 Rhodes 사운드를 경험해 볼 수 있었어요. 실제 하드웨어를 가지고 계시는 입장에서 소프트웨어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윤석철: 일단 아무리 세심하게 레코딩했다고 하지만, Rhodes MK8은 아날로그고 가상악기는 0에서 127까지인 디지털 정보잖아요. 마치 카메라의 다이내믹 레인지 차이처럼 가상악기보다 MK8이 훨씬 더 많은 표현력을 가지고 있어요. 



GL: The Rhodes MK8을 레코딩할 때에는 어떻게 하세요? 그리고 MK8 구매 이전엔 EP 레코딩에 어떤 악기를 사용해 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석철: 프리앰프의 DI로 다이렉트로 받거나, 혹은 앰프 마이킹, 플러그인 방식인 앰프 시뮬레이션으로 받는 경우도 있어요. 거기에 이 두 가지 방식을 믹스하기도 하구요. 아직 발매된 음악 중에 실제 MK8을 사용한 음악은 없지만, 기대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MK8 구매 이전엔 오리지널 MK1을 사용해서 레코딩을 한 적도 있고, 가상악기보다 Nord에 포함된 EP 사운드를 좋아해서 Nord를 즐겨 사용했어요. 말씀드린 <The Breakfast Club : 조찬 클럽>에서 Nord EP 사운드를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 



GL: Moog, Elektron, teenage engineering, ASM 등 다양한 스타일의 신시사이저도 많이 가지고 계시는데요, 오랫동안 건반 연주자로 활동해 오신 만큼, 신시사이저를 선택하는 윤석철 님만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석철: 기준보다는 저는 가능하다면 새로운 신스는 최대한 모두 경험해보고 싶어요. 고유의 사운드와 건반을 누를 때의 감각이 새로운 영감을 늘 자극하거든요. 이것은 절대 가상악기가 줄 수 없는 영역이에요. Elektron을 처음 접할 때의 느낌은 정말 새로웠어요. 막강한 시퀀서를 이용하면서도 좋은 사운드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데, Elektron 악기나 OP-1, pocket operator /포켓 오퍼레이터/같은 악기를 보면 디자인도 예쁘면서 특이하고요. Ashun Sound Machines /아슌 사운드 머신, ASM/은 솔직히 이쁜 디자인은 아닙니다만, (웃음) 보기 드문 기능을 가진 전천후 신스라 구입하게 되었고요.


GL: 지금까지 사용했던 신시사이저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신스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윤석철: 저는 연주자다보니 동시의 많은 노트를 연주할 수 있는 폴리포닉 악기에 매력을 느낄 수 밖에 없고, 게다가 제가 빈티지를 선호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 중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악기의 폭이 많이 좁아요. 하나를 고르자면 YouTube 채널에서도 보여드렸던 Moog One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Moog 신스인데 폴리포닉으로 쓸 수 있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죠. (웃음) 완전 빈티지 악기가 가진 캐릭터는 조금 덜한 것 같지만, 디지털 FX와 다재다능한 오실레이터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공부할 게 많은 완성형 모던 신시사이저랄까요?


GL: 재즈 피아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샘플러나 드럼 머신 같은 다양한 신스 계열 악기도 다루시는데요, 신스라는 악기를 접하게 된 이유, 신서시스에 빠져들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윤석철: 기어라운지 때문인 것 같아요. (웃음) 농담이고, 워낙 힙합을 좋아하다 보니 제이 딜라같은 프로듀서, 비트 메이커들도 좋아했었는데, 그런 해외 뮤지션들의 영상을 보면 멋진 장비들이 많잖아요. ‘어떻게 저런 소리를 내는 걸까?’라는 궁금증에 악기를 하나씩 사서 공부했던 것이 시작인 것 같아요. 그리고 ‘나도 저걸 가짐으로써 새로운 곡을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욕구도 강하다 보니 앞서 말씀드렸던 “Gogh”와 “자유리듬”처럼 그런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기도 해요. 이런 하드웨어 악기로 낼 수 있는 모든 소리를 DAW에서 똑같이 재현이 가능하긴 하지만, 확실히 악기를 직접 만지면서 얻는 특별한 영감이 있는 것 같아요.



GL: 직접 레코딩을 하시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으세요. 사용하시는 레코딩 워크플로우를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윤석철: Universal Audio /유니버설 오디오, UA/ Apollo x16 /아폴로 x16/을 중심으로 AMS Neve /AMS 니브/ 1073DPA를 포함한 다양한 프리앰프를 함께 사용하여 레코딩을 하고 있어요. 마이크는 기본적으로 U87을 사용해서 콘트라 베이스, 보컬을 레코딩하구요, 피아노를 레코딩할 때에는 U87을 페어로, 가끔 Sontronics /손트로닉스/ Apollo 2 /아폴로 2/를 피아노 오버헤드로 두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GL: 직접 레코딩을 디렉팅하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윤석철: 아무래도 톤 인 것 같습니다. 마이크를 고를 때에도 프리앰프를 고를 때에도 그 두 가지의 궁합도 중요하고요. 연주자마다 톤이 제각각이라 어울리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색소폰 연주자가 녹음할 일이 생기면 마이크와 프리앰프를 하나씩 계속 바꿔가면서 비교를 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것과 연주자가 좋아하는 것을 고르는 거죠. 처음 레코딩에서 만족스럽게 받지 못하면 EQ던 컴프던 소용이 없는 것 같습니다. 



GL: 외부로 나가서 레코딩을 할 때에는 평소 환경과 다르다 보니, 사운드는 물론 연주에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레코딩하시나요?

윤석철: 레코딩을 하기 전에 엔지니어 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가녹음을 해보면서 톤을 잡기도 해요. 연주는 저의 직업이 연주자이다 보니까 열심히 준비해서 가는 편이죠.


GL: 만약 좋은 사운드와 좋은 프레이즈 중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요?

윤석철: 무조건 좋은 프레이즈입니다.



GL: 최근엔 소프트웨어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가상악기가 실제 악기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어쿠스틱 악기와 소프트웨어 중 어떤 것을 선호하시는지, 혹은 이런 상황에서는 꼭 이 악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윤석철: 당연히 실제 악기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모든 작업에서 실제 악기를 쓸 수는 없어요. 중간에 수정을 요청하는 일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럴 때에는 가상악기를 사용합니다. 사실 트리오 작업이 아닌 가요 작업을 할 때에는 가상악기를 거의 사용하는 것 같아요.


GL: 즐겨 사용하시는 가상악기가 있다면요?

윤석철: 플러그인은 아니지만, 피아노, EP, FM 키 등 Nord Stage에 있는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즐겨 사용하고 특히 Wurlitzer 스타일의 라이브러리를 좋아합니다. 플러그인으로 본다면 피지컬 모델링 기반의 피아노지만, 자유로운 설정이 가능한 Pianoteq /피아노텍/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GL: 직접 믹스를 할 때에는 어떤 플러그인, 하드웨어를 주로 사용하세요?

윤석철: 저는 믹스에 관해서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서 자신 있게 말씀드리긴 어렵고, 지금도 열심히 배워가면서 작업하는 상황이라 워크플로우라는 것이 조금 민망합니다. (웃음) 생각나는 것을 말씀드리자면 이미 다른 분들도 많이 쓰고 있는 Fabfilter /팹필터/ Pro-Q 3, Pro-L 2, Pro-C 3UAD 플러그인들을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특히 피아노에 Fairchild /페어차일드/ 플러그인을 쓰는 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웃음) 가끔 필요할 때에는 모노 채널에 실제 하드웨어 Teletronix LA-2A /텔레트로닉스 LA-2A/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SSL UF1도 사용하고 있는데, 볼륨 밸런스나 컴프, 필터 컷오프들을 조그 휠에 할당해서 하드웨어 장비를 다루듯이 사용하고 있어요.



GL: 연주자, 혹은 프로듀서로서 사운드를 형성하면 그것을 체크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일 것 같아요. 모니터링하는 데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석철: 재생 장치에 대해선 제가 듣기에 좋은 사운드가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제가 전문적인 엔지니어가 아니다 보니, 모니터링에 대한 기준이 어떻고, 어느 대역이 어떻게 표현된다는 등 사운드에 대해 디테일하게 말하고 공감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작업하는 분야가 늘어나면서 사운드와 느낌을 파악할 수 있는 기준이 점점 생기고 있어요. 이 과정에서 HEDDphone /헤드폰/의 도움을 받아왔고, 지금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GL: 솔로 윤석철, 윤석철 트리오, 안녕의 온도, 서울 콤보, The BLANK Shop 등 다양한 가지로 뻗어나가고 있는 디스코그래피를 통틀어, 윤석철 님이 추구하는 음악 세계, 음악관은 무엇인가요?

윤석철: 제가 음악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과 함께 보냈던 시간들, 그리고 배웠던 것들이 고스란히 제 디스코그래피, 음악 세계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저만의 음악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생각이 잘 나지 않아요. 지금은… 그냥 여행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발표하는 음악들은 하나의 정거장이 되는 것 같습니다.


GL: 이전에 ‘한국에 스탠다드 재즈가 있다면 어떤 음악이 있을까?’라는 아이디어로 DJ soulscape의 “Love Is a Song” 테마를 가져와 재해석하셨어요. 만약 후대의 재즈 뮤지션들이 한국의 스탠다드 재즈로 윤석철 님의 음악을 새롭게 해석한다면, 어떤 곡이 남겨지길 바라시나요?

윤석철: 가끔 제 이름을 검색해 보곤 하는데, 제법 많은 분들이 YouTube에 “여대 앞에 사는 남자”라는 곡을 커버해 주셨더라고요. (웃음) 하나씩 들어봤는데 생각보다 꽤 커버가 많아서 놀랐습니다. 멜로디랑 코드가 간단한 음악이다 보니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곡인 것 같고, 실제로 재즈 피아노 레슨 때 초보자 분들께 많이 추천하는 음악이라고 알고 있어요. 제 음악 중 스탠다드 재즈로 남겨질 음악이 있다면 “여대 앞에 사는 남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마 매우 긴 시간이 지나서겠지만요? (웃음) 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좋겠죠.



GL: YouTube 채널도 운영하시면서 리뷰나 즉석 연주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계세요.

윤석철: 요즘에는 여유가 많지 않아서 못하고 있습니다만, 앞으로 제가 가진 음악 장비들을 좀 더 연구해서 장비들을 가지고 즉흥 연주를 해보고 싶어요.


GL: 뮤지션으로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윤석철: The BLANK Shop의 다음 앨범을 계획하고 있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신시사이저, 드럼 머신 같은 하드웨어 장비만 사용해서 재즈 클럽이 아닌 다른 클럽에서 공연해보고 싶어요. 제가 가진 장비들을 십분 활용해서 DAW 없이, 라이브 세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Octatrack 같은 시퀀서 역할을 하는 하드웨어나 MIDI 클럭을 이용해서 세트를 짜고 이펙터도 외부 장비를 사용해서 쓰는 것처럼요. 악기들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그런 트랙들이 쌓이면 라이브를 할 수 있는 저만의 세트들이 많이 쌓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GL: 좋은 말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게 될 팬 분들, 혹은 윤석철 님을 보고 꿈을 키우는 지망생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윤석철: 악기를 배우는 것이나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것, 지금은 음악을 하는 게 쉬운 세상인 것 같아요. 랩탑과 신스 하나씩 들고 카페에 가서 음악을 만들고 친구들과 공유하고, 이렇게 가깝게 즐길 수 있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만약 제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으셨다면, 무언가 직접, 새롭게 시작해 보는 것도 즐거운 취미가 될 것 같아요. 악기를 많이 구입하시는 것을…(웃음) 저도 여러 악기로 영감을 받고 있습니다. 다음에 나올 재미있는 음악들을 많이 기대해 주세요!

그리고 저도 여러 뮤지션들의 GL Interview를 보면서 ‘정말 다양한 생각들과 다양한 작업 방식이 있구나!’라는 점을 느끼고 배우게 되는데요, 저의 방식도 누군가에겐 하나의 방식들 중 하나일 뿐이에요. 여러분들도 각자만의 방식으로 재밌게 해 나가면 무언가 멋진 게 나올 겁니다. 분명히, 자신을 믿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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